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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울의 아들> : 지옥의 한가운데서 ‘한 사람’을 붙잡는다는 것 영화 ‘사울의 아들(Son of Saul, 2015)’은 헝가리 감독 네메시 라슬로가 연출한 홀로코스트 영화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존더코만도(Sonderkommando)’로 강제 동원된 한 남자의 시선을 통해 절대적 비인간화의 현장을 전례 없이 밀착된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거대한 역사 설명이나 감정적 음악으로 관객을 설득하지 않습니다. 대신, 카메라는 주인공 사울의 뒷모습과 얼굴 가까이에 붙어 수용소 내부의 공기, 소리, 혼란, 공포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겪는’ 수준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사울은 가스실에서 살아남은 한 소년을 발견하고,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이라 믿으며 제대로 된 매장을 해주겠다는 목표에 집착합니다. 이 집착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바로 그 비합리성이 인간성의 .. 2025. 12. 28.
영화 <헥소 고지> : 총을 들지 않은 용기, 신념이 전쟁을 건너는 순간 영화 '헥소 고지(Hacksaw Ridge, 2016)'는 실존 인물 데스몬드 도스를 주인공으로 한 전쟁 실화 영화로, 폭력과 살상이 일상이 된 전장에서 총을 들지 않겠다는 신념을 끝까지 지켜낸 한 인간의 선택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이 작품은 영웅을 ‘적을 얼마나 많이 쓰러뜨렸는가’로 정의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려냈는가’라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다시 묻습니다. 멜 깁슨 감독 특유의 사실적인 전투 연출은 전쟁의 참혹함을 숨김없이 보여주지만, 영화의 핵심은 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폭력 속에서도 인간이 지킬 수 있는 양심과 신념입니다. 〈헥소 고지〉는 신념이 나약함이 아니라 가장 단단한 용기일 수 있음을 증명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줄거리 – 총을 들지 않은 군.. 2025. 12. 28.
영화 <올 더 머니> : 돈 앞에 드러난 민낯 영화 '올 더 머니(All the Money in the World, 2017)'는 실화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이었던 석유 재벌 J. 폴 게티와 그의 손자가 납치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돈, 권력, 가족, 그리고 인간의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을 집요하게 파헤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돈이 전부인 세계”에서조차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함을 보여주며, 부와 도덕이 반드시 함께 가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손자의 생명이 걸린 상황에서도 협상을 거부하는 게티의 태도는 단순한 냉혈함을 넘어, 자본 권력이 인간을 어떻게 대상화하는지를 상징합니다. 반면, 아이의 어머니 게일은 권력과 자본의 벽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며, 사랑과 책임이라는 또 다른 가치의 힘을 보여줍니다.. 2025. 12. 27.
영화 <영 아담> : 침묵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가장 불편한 얼굴 영화 '영 아담(Young Adam, 2003)'은 알렉산더 트로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인간의 욕망과 도덕, 책임의 문제를 극도로 건조하고 냉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심리 드라마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운하를 배경으로 떠돌이처럼 살아가는 한 남자가 죽은 여인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이 영화는 범죄의 진실을 밝히는 데 거의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대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인간,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존재가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갑니다. 주인공 조는 살인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망과 안위만을 중심으로 행동합니다. 그는 사랑도, 연민도, 책임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침묵과 회피를 통해 삶을 지속합니다. 〈영 아담〉은 관객.. 2025. 12. 27.
영화 <엘리펀트> : 침묵 속에서 자라난 폭력의 얼굴 영화 ‘엘리펀트(Elephant, 2003)’는 거스 반 산트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을 극도로 절제된 방식으로 재현하며 현대 사회의 무관심과 폭력의 구조를 응시하는 문제작입니다. 이 영화는 명확한 원인 분석이나 감정적 해설을 거부한 채, 사건이 벌어지기 전 학생들의 평범한 하루를 긴 롱테이크와 반복되는 시점으로 따라갑니다. 〈엘리펀트〉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라는 질문보다 “우리는 무엇을 보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왕따, 가정 문제, 게임, 음악, 교육 제도 등 흔히 제기되는 설명을 단정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폭력이 일상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해답을 주지 않는 대신, 침묵 속에서 사.. 2025. 12. 26.
영화 <도그빌> : 친절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폭력 영화 ‘도그빌(Dogville, 2003)’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연출한 실험적 드라마로, 최소한의 무대 장치와 연극적인 구성 속에서 인간의 위선과 폭력성, 그리고 도덕의 허상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총도, 벽도 없는 무대 위의 작은 마을 ‘도그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한 여인의 희생과 침묵을 통해 공동체가 어떻게 서서히 잔혹해지는지를 냉혹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단순한 구분을 허용하지 않으며, 친절과 연대라는 명분이 어떻게 착취와 지배로 변질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관객은 인물들의 선택을 지켜보는 동시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만약 내가 저 마을의 주민이었다면 과연 다르게 행동했을까?” 〈도그빌〉은 불편함을 피하지 않는 영화이며, 인.. 2025.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