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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헥소 고지> : 총을 들지 않은 용기, 신념이 전쟁을 건너는 순간

by enjoykane 2025.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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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헥소 고지> : 총을 들지 않은 용기, 신념이 전쟁을 건너는 순간

 

영화 '헥소 고지(Hacksaw Ridge, 2016)'는 실존 인물 데스몬드 도스를 주인공으로 한 전쟁 실화 영화로, 폭력과 살상이 일상이 된 전장에서 총을 들지 않겠다는 신념을 끝까지 지켜낸 한 인간의 선택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이 작품은 영웅을 ‘적을 얼마나 많이 쓰러뜨렸는가’로 정의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려냈는가’라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다시 묻습니다. 멜 깁슨 감독 특유의 사실적인 전투 연출은 전쟁의 참혹함을 숨김없이 보여주지만, 영화의 핵심은 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폭력 속에서도 인간이 지킬 수 있는 양심과 신념입니다. 〈헥소 고지〉는 신념이 나약함이 아니라 가장 단단한 용기일 수 있음을 증명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줄거리 – 총을 들지 않은 군인, 전장에 서다

영화는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신앙심이 깊은 가정에서 자라며,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마음속 깊이 새기게 됩니다. 이 신념은 단순한 종교적 교리가 아니라,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기준이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데스몬드는 조국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는 총을 들 수 없다는 이유로 입대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비전투 병과’인 의무병으로 자원 입대합니다.

군대는 그의 신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총을 들지 않겠다는 선언은 비겁함으로 오해받고, 전우들은 그를 위험한 존재, 신뢰할 수 없는 동료로 취급합니다.

훈련소에서 데스몬드는 끊임없는 조롱과 폭력을 견뎌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신념을 철회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신념은 상황에 따라 타협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 지켜야만 하는 정체성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데스몬드는 오키나와 전투에 투입됩니다. 그곳은 ‘헥소 고지’라 불리는, 말 그대로 생지옥과도 같은 전장입니다. 총성과 포탄, 피와 비명이 뒤섞인 공간에서, 그는 무기를 들지 않은 채 전우들과 함께 고지 위에 오릅니다.

전투가 시작되고, 미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며 후퇴합니다. 그러나 데스몬드는 홀로 전장에 남습니다. 쓰러진 전우들을 하나씩 찾아내어 응급 처치를 하고, 기도와 함께 절벽 아래로 내려보냅니다.

그가 반복해서 되뇌는 말은 단 하나입니다. “주님, 한 명만 더 살리게 해주세요.”

이 밤, 데스몬드는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해냅니다. 영화는 이 장면을 영웅적으로 미화하기보다, 극한의 공포와 고통 속에서 이루어진 인간적인 선택으로 담담히 보여줍니다.

인물과 대비 – 폭력의 논리와 신념의 고집

① 데스몬드 도스 – 타협하지 않는 신념의 인간
데스몬드는 전형적인 전쟁 영화 속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그는 공격하지 않고, 정복하지 않으며, 적을 쓰러뜨리지 않습니다.

그의 용기는 외형적으로는 매우 조용합니다. 그러나 그 조용함은 수많은 조롱과 압력,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영화는 데스몬드를 완벽한 성인처럼 그리지 않습니다. 그 역시 두려워하고, 고통을 느끼며, 망설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기준을 끝까지 놓지 않습니다.

 

② 전우들과 군대 – 효율과 생존의 논리
군대와 전우들은 처음에 데스몬드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전장에서는 ‘쏘지 않으면 죽는다’는 단순한 논리가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시선에서 데스몬드의 선택은 집단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기적인 행동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전투가 반복되고, 그가 실제로 생명을 구해내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그들의 인식은 점차 변화합니다.

이 변화는 신념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될 때, 얼마나 강력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3.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 진짜 용기란 무엇인가

〈헥소 고지〉는 전쟁 영화이지만, 전쟁의 승패보다 인간의 선택에 더 집중합니다.

 

① 용기는 폭력과 반드시 연결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용감함 = 공격성’이라는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부정합니다. 데스몬드는 가장 위험한 전장 한복판에서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일을 선택합니다.

그 선택은 총을 드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을 동반합니다. 도망칠 수 없고, 방어할 수 없으며, 오직 자신의 몸으로 타인을 감싸야 하기 때문입니다.

 

② 신념은 상황이 아니라,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데스몬드는 상황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는 ‘누가 무엇을 하든, 나는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영화는 이 태도가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선택인지 숨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고집이 결국 주변을 변화시키는 힘이 됨을 보여줍니다.

 

③ 생명을 살리는 행위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다
데스몬드는 전쟁을 멈추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는 전쟁의 논리에 완전히 종속되지도 않습니다.

그가 살려낸 한 명, 한 명의 생명은 폭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반증입니다.

 

④ 신념은 강요될 수 없지만, 존중받아야 한다
영화는 데스몬드의 신앙을 설교하지 않습니다. 대신, 타인의 신념을 조롱하고 억압할 때 사회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⑤ 영웅은 결과가 아니라 선택으로 정의된다
데스몬드는 훈장을 받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기준으로 행동했는가입니다.

 

〈헥소 고지〉는 말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반드시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데서 오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존엄과 양심이 무엇인지 조용히 증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