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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스퀘어> : 전시된 도덕의 위선 영화 ‘더 스퀘어(The Square, 2017)’는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연출한 블랙 코미디이자 사회 풍자극으로, 현대 예술과 도덕, 엘리트주의와 위선의 민낯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작품입니다. 스웨덴의 현대미술관을 배경으로 큐레이터 ‘크리스티안’이 하나의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는 사건들은, 인간이 말로는 쉽게 외치는 윤리와 실제 행동 사이의 깊은 간극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더 스퀘어’라는 설치 작품은 “이 구역 안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며,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선언을 담고 있지만, 영화는 바로 그 선언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고, 불편한 웃음과 당혹감을 남기며 묻습니다. 과연 우리는 도덕적 가치.. 2025. 12. 16.
영화 <세 번째 살인> : 멀어지는 진실과 정의 영화 ‘세 번째 살인(2017)’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법정 드라마로,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실’보다 ‘판결’이 우선시되는 사법 시스템의 본질을 냉정하게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이미 범행을 자백한 피의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영화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대신 “법은 과연 진실을 판단하는가, 아니면 사건을 정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변호사 시게모리는 피의자 미쿠미의 진술이 번복될수록 사건의 실체에 가까워진다고 믿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에 다가갈수록 법정에서 유리한 ‘이야기’와는 멀어집니다. 이 영화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정의와 진실, 판단과 책임의 의미를 스스로 묻게 만듭니다. 〈세 번째 살인〉은.. 2025. 12. 16.
영화 <아멜리아> : 작은 친절이 만들어내는 기적 영화 ‘아멜리에(Le Fabuleux Destin d’Amélie Poulain, 2001)’는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대표작으로, 파리 몽마르트르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한 소녀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작품입니다. 소심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주인공 아멜리에는 타인의 삶에 작은 행복을 몰래 선물하며 세상과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외로움과 사랑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 대신, 일상의 사소한 순간과 감정을 확대해 보여주며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색채, 음악, 연출, 내레이션이 어우러진 독특한 영화적 언어는 아멜리에만의 세계를 완성하며, 관객에게 잊고 지냈던 감정—호기심, 친절, 설렘—을 다시 떠올리게.. 2025. 12. 16.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 기억과 거짓의 가족 초상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The Truth, 2019)’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프랑스에서 연출한 작품으로, 전설적인 여배우 ‘파비안느’와 그녀의 딸 ‘뤼미르’가 오랜 갈등 끝에 재회하며 드러나는 가족의 기억, 왜곡된 진실, 그리고 인간의 자존심을 섬세하게 그려낸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는 ‘진실’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되는 과거와 감정의 균열을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카트린 드뇌브가 연기한 파비안느는 자기 자신을 신화처럼 믿는 배우이며, 쥘리에트 비노슈가 연기한 딸 뤼미르는 어머니의 그늘 속에서 상처받아 온 인물입니다. 영화는 거대한 사건 대신, 대화와 시선, 침묵을 통해 가족 관계의 복잡함을 드러내며 “우리는 과연 서로를 얼마나.. 2025. 12. 15.
영화 <팬텀 스레드> :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엮인 집착과 권력, 그리고 공존 영화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2017)’는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연출하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주연을 맡은 심리 멜로드라마로, 천재적인 패션 디자이너와 그를 사랑하게 된 한 여인의 관계를 통해 사랑·지배·의존이라는 복잡한 감정 구조를 섬세하면서도 불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1950년대 런던 패션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겉으로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그 내부에는 집착과 통제, 불균형한 권력 관계가 촘촘히 얽혀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남자 ‘레이놀즈 우드콕’과 조용하지만 단단한 의지를 지닌 여성 ‘알마’의 관계는 전통적인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사랑이 어떻게 왜곡되고, 또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사.. 2025. 12. 14.
영화 <브루클린> : 낯선 땅에서의 성장과 사랑 영화 ‘브루클린(Brooklyn, 2015)’은 콜름 토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950년대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한 젊은 여성이 낯선 도시에서 사랑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시얼샤 로넌이 연기한 주인공 ‘에이리시’는 가족의 기대, 외로움, 사랑, 책임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결국에는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하는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합니다. 이 영화는 이민자의 고독과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첫사랑과 두 번째 사랑, 고향과 이국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타지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도시가 주는 설렘과 두려움까지—〈브루클린〉은 관객에게 “우리는 어디에 속하며, 어.. 2025.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