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 더 네임 오브 더 파더(In the Name of the Father)’는 1993년 짐 쉐리던 감독이 연출하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주연을 맡은 실화 기반 드라마입니다. 1970년대 북아일랜드 분쟁 속에서 일어난 ‘길포드 4(Guildford Four) 사건’을 토대로, 정부의 억압과 부당한 재판, 누명을 쓰고 수감된 아들과 아버지가 겪는 고통을 강렬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부패한 권력의 폭력성, 정의가 사라진 법 체계, 그리고 비극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부자 관계를 통해 영화는 ‘진실을 향한 투쟁’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묵직하게 전합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압도적인 연기, 아버지 역의 피트 포슬스웨이트가 보여주는 절제된 감정, 실제 사건의 리얼리티가 더해져 지금까지도 ‘가장 강력한 정치·인권 영화’ 중 한 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누명 사건이 아닌, 억울함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의 인간적 존엄성과, 진실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다시 연결되는 감동적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줄거리 – 부당한 누명 속에서 서로를 지켜낸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영화는 1970년대 북아일랜드에서 시작됩니다. 제리 콘론(다니엘 데이 루이스)은 자유분방하고 책임감 없는 청년으로, 일자리도 불안정하고 정치적 신념에도 무관심한 인물입니다. 그는 IRA와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군인들과 충돌하거나 주변인들을 놀리는 등 사회에서 ‘문제적 청년’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리는 친구들과 함께 영국 런던으로 떠납니다. 그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고, 별다른 계획도 없이 그날그날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길포드의 한 술집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합니다. 경찰은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벌이며, 당시 북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리와 그의 친구들을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영국 경찰은 당시 정치적 압박과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범인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목표에 집착했고, 강압적이고 불법적인 조사를 통해 제리와 친구들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합니다. 잠을 재우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며, 거짓 정보를 제공해 혼란을 주는 방식으로 그들을 압박해 결국 자백서를 받습니다. 제리는 자신이 무고함에도 불구하고 끝내 허위 자백을 하게 되고, 이는 그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뒤흔들게 됩니다.
경찰은 제리뿐 아니라 그의 가족까지 ‘공모 혐의’로 엮어버립니다. 제리의 아버지 주세페(피트 포슬스웨이트) 역시 범행과 무관했지만, 경찰은 억지 논리로 그를 체포해 ‘길포드 4 사건의 공범’으로 몰아넣습니다. 결국 제리와 아버지, 친구들까지 징역 15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으며,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립니다.
수감 생활은 고통과 절망의 연속이었습니다. 제리는 억울함에 분노하고, 감정이 폭발적으로 흔들립니다. 반면 아버지 주세페는 차분함과 인내로 아들을 지켜보며, 희망을 잃지 않도록 버티는 버팀목이 됩니다. 두 사람은 감옥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되고, 비로소 서로의 삶을 이해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쌓아가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평생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감옥이라는 극단의 상황 속에서 제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합니다. 그는 아들에게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작은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지켜가던 중 큰 비극이 찾아옵니다. 주세페는 감옥에서 건강이 악화되어 결국 사망합니다. 아버지는 끝내 자유를 되찾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그 충격은 제리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제리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절망에 빠지지만, 동시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신념—“포기하지 마라.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을 떠올리며 다시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그 무렵 변호사 가렛 피어슨(엠마 톰슨)이 사건의 부당함을 알게 되고, 새로운 증거들을 확보하며 재심을 준비합니다. 그녀는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은폐했고, 조사 과정에서 불법적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마침내 법정에서 진실이 드러나고, 제리는 15년 넘게 싸워온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됩니다. 법정에서 제리가 외치는 마지막 대사는 영화의 상징입니다.
“나는 내 이름으로도 싸웠지만, 아버지의 이름으로 싸웠습니다(In the name of my father).”
이 말은 그의 투쟁이 단지 개인의 명예 회복이 아니라, 억압에 맞선 모든 사람을 위한 싸움이었음을 상징합니다.
등장인물 –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의 초상
1) 제리 콘론 – 무책임한 청년에서 진실을 위한 투사가 되기까지
제리는 영화 초반에는 미성숙하고 감정적이며 충동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억울한 누명과 감옥 생활,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그는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성장합니다. 그의 분노는 단순한 감정 폭발이 아니라 ‘정의 회복’을 위한 에너지로 전환되고, 철저한 절망 속에서 진실을 향한 강한 의지가 피어납니다.
2) 주세페 콘론 – 가장 약한 환경에서도 가장 강한 신념을 지킨 아버지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강한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평범한 노동자이며,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조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감옥이라는 절망적 공간 속에서도 아들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합니다. 그의 존재 자체가 희망이며, 사랑이며, 인간의 존엄을 상징합니다. 그가 감옥에서 죽는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큰 슬픔이자, 제리를 변화시키는 결정적 순간입니다.
3) 가렛 피어슨 – 부당함에 맞선 정의의 대변자
변호사 가렛은 시스템에 맞서고, 부패한 수사 과정을 폭로하며,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당시 영국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싸우며, 제리와 길포드 4를 자유롭게 만든 실질적 영웅입니다.
4) 경찰·정부 관계자들 – 시대의 억압과 부패를 상징하는 세력
영화 속 경찰과 공무원들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조작합니다. 이들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희생시키는 부정의를 대표하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 진실은 늦게 오더라도 반드시 도착한다
〈인 더 네임 오브 더 파더〉는 단순한 실화 재연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① 정의가 침묵할 때, 부당함은 언제든 반복된다.
당시 영국 사회는 폭력적 분위기와 정치적 압박이 뒤섞인 혼란의 시기였습니다. 경찰은 사건 해결을 위해 ‘진짜 범인’보다 ‘편리한 범인’을 만들어냈고, 이는 제리와 그의 가족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②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힘은 가족과 사랑에서 나온다.
아버지 주세페의 존재는 희망의 원천이었습니다. 그는 약했지만 누구보다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고, 아들을 믿는 사랑이 제리를 다시 일으켰습니다.
③ 진실을 향한 싸움은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의미가 있다.
제리가 포기했다면 진실은 영원히 묻혔을 것입니다. 그의 싸움은 개인의 명예 회복을 넘어,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④ 잘못된 권력은 언제나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억압적인 시대에는 늘 희생자가 생기고, 권력은 책임을 회피하려 합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경고합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감시해야 한다.”
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제리와 아버지는 두려웠지만, 마지막까지 진실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용기는 시대를 넘어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전합니다.
〈인 더 네임 오브 더 파더〉는 부당한 누명을 풀기 위한 인간의 치열한 투쟁을 그리며,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정의, 사랑, 가족, 그리고 진실—을 되새기게 합니다. 끝나는 순간에도 마음 깊은 곳을 흔드는 영화로, 세월이 지나도 그 메시지는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