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봉한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은 상처받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원스(Once)’로 음악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존 카니(John Carney)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키이라 나이틀리(그레타 역), 마크 러팔로(댄 역), 아담 리바인(데이브 역)의 감성적인 연기와 뉴욕의 도시 풍경, 그리고 잔잔하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OST가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비긴 어게인’은 제목 그대로 ‘다시 시작하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삶이 무너진 순간에도 다시 자신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줄거리 요약과 해석
영화는 뉴욕의 작은 바에서 시작됩니다. 무대 위에 오른 그레타(Greta)는 친구의 권유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려 있고, 분위기는 싸늘합니다. 하지만 그레타의 순수한 목소리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이 장면을 듣고 감명을 받은 댄(Dan)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됩니다.
그레타는 오랜 연인 데이브(Dave)와 함께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데이브가 스타로 성공하자 그들의 관계는 멀어지고 결국 그는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웁니다. 사랑과 음악, 두 가지를 동시에 잃은 그레타는 절망감에 빠집니다. 한편, 댄은 한때 성공한 음악 프로듀서였지만 현재는 회사를 잃고 가족과도 멀어진 채 술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음악을 통해 다시 삶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댄은 그레타의 진심 어린 음악에 감동해, 함께 앨범을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방식은 독특합니다. 화려한 스튜디오 대신 뉴욕의 거리, 다리 아래, 공원, 옥상 등 도시 곳곳을 무대로 삼아 자연의 소리와 거리의 리듬을 배경으로 녹음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음악 작업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됩니다.
앨범을 완성한 후, 그레타는 상업적 유통 대신 음악의 본질적인 가치를 선택합니다. 그녀는 앨범을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하며, ‘진짜 음악은 돈보다 마음에서 온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사랑으로 규정하지 않고, 각자가 스스로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비긴 어게인’은 결국 “새로운 시작은 타인에게서가 아니라, 자신을 다시 믿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주요 인물 분석
1. 그레타(Greta) — 키이라 나이틀리
감성적인 싱어송라이터로, 음악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삶을 기록하는 인물입니다. 사랑하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음악만큼은 그녀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레타의 변화는 ‘의존에서 독립으로, 상처에서 자존감으로’ 나아가는 여정으로, 그녀가 부르는 노래 하나하나가 내면의 성장 서사로 읽힙니다. 특히 마지막에 데이브의 곡을 자신의 감정으로 다시 부르는 장면은 진정한 자기 회복의 선언처럼 느껴집니다.
2. 댄 뮬리건(Dan Mulligan) — 마크 러팔로
한때 성공했지만 현재는 무너진 음악 프로듀서. 직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가족과의 관계도 단절된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레타의 노래를 듣고 잊고 있던 열정을 되찾습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멘토’이자 ‘동반자’로서, 그레타의 음악을 통해 자신의 삶도 재정비하게 됩니다. 댄은 상업적인 성공보다 ‘순수한 창작의 기쁨’을 되찾으며, 영화의 또 다른 치유 축을 담당합니다.
3. 데이브 쿨슨(Dave Kohl) — 아담 리바인
그레타의 연인이자 신예 뮤지션으로, 영화의 중심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입니다. 그는 성공 이후 상업적 음악 세계에 휩쓸리며 진정성을 잃습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 자신이 잃어버린 순수함을 깨닫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의 캐릭터는 음악 산업의 현실적 양면성을 대변하며, ‘성공이 진정한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주제를 드러냅니다.
4. 바이올렛 — 댄의 딸
아버지와 단절된 채 살아가던 사춘기 소녀로, 음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댄과 다시 관계를 회복합니다. 그녀의 등장은 가족의 화해와 세대 간 이해를 상징하며, 영화의 따뜻한 여운을 더합니다.
OST로 본 영화의 감정선
1. Lost Stars
영화의 대표곡이자 핵심 주제곡입니다. 데이브 버전은 화려하고 세련된 편곡으로 상업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반면, 그레타 버전은 감정의 순수함과 진정성을 강조합니다. 이 대비는 영화의 주제인 ‘진짜 음악 vs 상업적 음악’, ‘진심 vs 가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라는 가사는 각 인물이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여정을 함축합니다.
2. A Step You Can’t Take Back
그레타가 처음 무대에 서서 부르는 곡으로, 그녀가 상처를 마주하고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첫걸음을 의미합니다. 이 장면에서 댄이 그녀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영화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3.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앨범 녹음 장면 중 가장 활기찬 곡으로, 댄의 딸이 함께 참여하면서 가족의 회복과 새로운 도전을 상징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감정선을 한층 밝게 전환시키며, ‘새로운 삶으로의 회귀’를 상징합니다.
4. Like a Fool
그레타가 데이브에게 느낀 배신과 그리움을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한 곡입니다. 사랑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순간이며, 그녀가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습니다.
‘비긴 어게인’은 단순히 음악을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사랑과 이별, 실패와 재도전, 그리고 자기 회복의 서사를 음악을 통해 그려낸 ‘인생의 교향곡’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상처받았지만, 음악을 매개로 다시 세상과 자신을 연결합니다. 로맨스 대신 ‘연대와 치유’를 택한 결말은 이 작품을 더 진솔하게 만듭니다.
특히 뉴욕의 거리에서 녹음하는 장면들은 음악이 ‘공간’과 ‘삶’을 연결하는 힘을 상징합니다. 영화는 이렇게 말합니다 —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비긴 어게인’은 실패 이후에도 다시 노래하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삶의 방향을 잃은 사람, 마음이 지친 사람에게 이 영화는 조용한 위로를 건넵니다. 음악처럼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이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속삭입니다. “지금이 바로, 다시 시작할 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