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2021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뒤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재난적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실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에 가깝습니다. 특히 과학적 사실보다 정치적 유불리가 앞서는 현실, 언론이 위기조차 가벼운 콘텐츠처럼 소비하는 현상, SNS와 여론이 진지한 문제보다 자극을 찾는 흐름 등을 매우 날카롭게 꼬집고 있습니다. 영화는 종말의 위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진실 회피’라는 점을 보여주며, 우리가 지금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관객에게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 – 혜성이 다가오는데도, 사람들은 “보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야기는 한 대학의 천문학 조교인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가 우연히 거대한 혜성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케이트의 발견을 검토한 교수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혜성이 정확히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한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충돌 시 지구는 멸망할 수밖에 없는 수준의 재난입니다. 두 사람은 즉시 이 사실을 NASA와 백악관에 보고하지만, 정작 대통령 오를린(메릴 스트리프)은 재난 자체보다 ‘선거 전략’과 ‘여론 반응’을 더욱 중요하게 여깁니다. 국가 지도부가 실제 위기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는 모습은 오늘날의 정치 현실을 날카롭게 반영합니다.
과학자들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진실을 알리려 하지만, 미디어는 이 엄청난 재난을조차 가벼운 예능처럼 포장합니다. 심각한 문제조차 시청률과 광고를 위해 자극적인 요소로 변질시키며, 전문가의 경고는 ‘무거운 이야기’라며 뒷순위로 밀려납니다. 특히 케이트는 방송에서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과한 반응을 보이는 여자’라는 조롱과 공격을 받고, 랜들 민디는 매력적인 과학자로 소비되며 갑작스럽게 유명 인사가 됩니다. 이 대비는 현대 사회가 진실을 ‘정보’보다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시간이 흐르고 혜성이 실제로 접근함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세우지만 그마저도 기술 기업의 이해관계가 우선순위로 작용합니다. 기술 재벌 피터 아이셔웰은 혜성 속 희귀 광물을 채굴할 수 있다는 점에 눈독을 들이며, 혜성을 파괴하는 대신 조각 내 채굴하려는 계획을 제안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계획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하지만, 정부는 기업의 이익과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를 밀어붙입니다. 결국 인류는 재난 앞에서도 분열하고, 진실을 둘러싼 정치적 싸움은 더 극단적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케이트와 랜들은 여러 차례 진실을 외치지만, 사람들은 편안한 거짓을 더 좋아합니다. “위험을 보지 말라”, “올라 보지 말라”는 정치적 구호가 사회를 가르고, 혜성이 실제로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조차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진실을 외면합니다. 결국 인류는 자신들이 무시해온 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고, 지구는 파멸을 향해 빠르게 나아갑니다.
등장인물 – 현대 사회를 그대로 비춘 인간 군상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다양한 얼굴을 투영한 상징적 존재들입니다. 먼저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사람을 대변합니다. 그녀는 때로는 다소 거칠고 과격해 보일 수 있지만, 위기에 대해 가장 진실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이런 캐릭터를 쉽게 조롱하고, 불편한 메시지를 공격하며, 결국 ‘사실을 말하는 사람’조차 희화화합니다. 이는 사회가 진실보다 감정적인 자극과 편안함을 더 우선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랜들 민디는 진실과 인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과학자로서의 신념과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지만, 언론과 정치권의 조명을 받는 과정에서 점차 흔들리게 됩니다. 대중에게 스타처럼 소비되고, 방송에 자주 출연하면서 자신이 가진 전문성마저 이미지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의 혼란과 변화는 현대 사회가 표면적인 것에 쉽게 매료되는 경향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대통령 오를린은 정치적 기회주의의 극단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국가의 재난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지지율을 더 우선시하며, 혜성 충돌조차도 스캔들을 덮기 위한 도구로 활용합니다. 오를린의 행동은 오늘날 정치 환경에서 사실보다 전략이 더 강조되는 현상을 풍자적으로 그립니다.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조차 정치가 진실을 왜곡하는 순간, 더 큰 위험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술 기업 CEO 피터 아이셔웰은 현대 사회의 기술 만능주의와 데이터 독점의 문제를 상징합니다. 그는 알고리즘만으로 사람의 죽음과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결국 그의 판단은 엄청난 비극을 초래합니다. 이는 우리가 기술을 지나치게 신뢰할 때 생기는 위험성을 보여주며, 기술 발전 뒤에 숨겨진 탐욕의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이 밖에도 영화에는 언론인, SNS 중독자, 음모론을 믿는 대중, 정치적 편 가르기에 몰두한 집단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 캐릭터들은 모두 실제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집단을 반영하며, 인간이 얼마나 쉽게 진실을 외면하고,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각 인물이 상징하는 의미는 영화를 더욱 풍자적이고 현실적으로 만드는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지만, 반드시 마주해야 합니다
〈돈 룩 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 “우리는 진실을 보고 있는가?” 영화 속 혜성은 실제로 존재하는 재난이라기보다 현대 사회가 직면한 여러 위협에 대한 은유입니다. 예를 들어 기후 위기, 팬데믹, 정치 양극화, 가짜 뉴스, 알고리즘에 의한 정보 왜곡 등은 이미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현실적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잊고, 눈앞의 자극과 감정적 즐거움에 더 큰 관심을 보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우리가 불편한 사실을 외면할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혜성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누구나 하늘을 올려다보면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정치적 구호인 “Don’t Look Up”을 외치며 끝까지 현실을 부정합니다. 이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과학적 사실과 객관적 데이터조차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현상을 뼈아프게 풍자합니다. 진실을 부정하는 태도가 결국 자신과 사회 전체에 얼마나 큰 손해를 가져오는지 영화는 냉혹하게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인간다움을 아주 작게나마 회복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만찬에서 인물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비록 늦었지만, 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물질적 성공이나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진실을 마주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공동체로 살아가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돈 룩 업’은 웃음을 주는 영화이지만, 그 웃음 뒤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질문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매우 직접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영화는 결국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진실을 보는 것은 불편하지만, 보지 않으면 더 큰 위험이 온다.”